Life & Idea/비계

내가 프로그래머라고? (1부)

seul chan 2017. 6. 6. 23:56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될 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나는 프로그래밍, 아니 컴퓨터조차 잘 모르는 문돌이었다. 그러던 내가 프로그래밍을 접하게 된 것은 스타트업의 영향이 컸다. 

대학 3학년 시절 이런 저런 창업 열풍이 불어 학교에 '창업학'이라는 (듣도보도못한 해괴한) 전공이 생겼고, 때마침 필수로 들어야 하던 복수전공과 맞물려 우연히 창업학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커리큘럼과 교수님(사실은 강사)들은 그저 그렇고, 생긴지 얼마 안 된 신생 시스템이였기 때문에 모든게 별로였다. 그렇지만 적어도 창업과 스타트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리저리 발만 담궈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냥 그렇게 창업에 대한 막연한 꿈을 꾸던 중 학교에서 진행하는 대회 (캡스톤디자인)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서울시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홍콩에도 다녀오는 등의 기회를 얻었다. (당시 지금은 보기에도 창피한 '집으x'라는 (보기에도 거창한) 플랫폼이었는데, 플랫폼 시스템에 대한 이해나 앱, 웹에 등에 대한 지식도 없이 진행한 프로젝트가 상당한 고평가를 받았다는 것에서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창업 관련 전공 등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진행했지만, 갈수록 뜬구름만 잡는 것 같았다. 진행되는 것도 없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학부생이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었다. (내 노력의 부족도 컸다.) 결국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되고, 나는 창업에 대한 상당한 한계를 느꼈다. 

다양한 한계들 중에 가장 뼈저리게 다가왔던 건 '개발'에 대한 지식의 부재였다. 당시에는 앱 개발을 목적으로 진행했는데 나는 앱(뿐만 아니라 각종 사이트 등 모든) 개발이 돈만 있으면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줄만 알았다.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방식대로 모든 기능이 착착 구현되는 마법의 도구라고 생각했을까? 그러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방식의 추상적인 상상만 그려졌던 것 같다. 

그렇게 졸업을 앞두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개발이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면 '어떤 것을 만들어야지'만 생각했고, 그것이 구현되는 기술과 방식, 방법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때 지금은 바로x라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개발자님에게 '파이썬'이라는 언어를 알게 된다. (나에게는 프로그래밍에 입문을 하게 해준 스승님같은 학과 선배님이다.) 그게 내가 태어나서 25년만에 처음 접한 '코유'(코딩과 유관)한 것이었다. 

(다음은 2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