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좀 우울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고 답답한 기분이 계속 맴돌았다. 최근에는 충만하고 행복하게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런 날이 오니까 살짝 당황스럽다. 지금 느끼는 행복과 마음의 ‘완충재’를 유지하는 건 다른 문제일까? 충만함과 여유로움이 꼭 같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유로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돈에서 오는지, 내가 가진 것에서 나오는 건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채울 수 있는 건지 고민이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여유를 갉아먹는 건 대부분 돈과 관련된 고민들이다. 돈이 있으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는 기대가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확실한 건, 마음의 완충재를 침식하는 존재들이 없다면 삶이 훨씬 여유로울 거라는 점이다.
이런 블루한 날에도 시간을 내서 소요해보면 행복에 도움이 될까 싶었다.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근데 솔직히 쉽지 않았다. 억지로 생각을 정리하려 하다 보니 더 답답해지더라. 차라리 잠시 리프레시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고민을 내려놓았다. 그러다 AI랑 대화해보니 의외로 기분이 좀 풀렸다. 기분이 안 좋을때는 클라이밍을 가라고 해서 클라이밍을 다녀왔다.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믿기지 않을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그냥 안 좋던 기분이 괜찮아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긍정적으로 바뀐 느낌이었다. -50에서 0을 목표로 갔는데 +50이 된 것 같은 경험.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라 살짝 무섭기도 했다. 혹시 이런 감정 스윙이 심해지면 조울증 같은 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됐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는 자율신경계와 관련이 깊었다. 운동할 때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심박수와 혈압이 올라가고 혈액 공급이 늘어난다. 이건 신체를 긴장 상태로 만들어 에너지를 쓰고 스트레스에 대처하게 돕는다. 근데 일상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도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는데, 그땐 불안과 공포가 동반되고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럼 운동할 때 기분이 나빠져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알고 보니 운동과 스트레스 상황의 교감신경계 활성화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운동은 ‘긍정적인 스트레스’(eustress)를 준다.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코르티솔이 집중력을 높여주며, 엔도르핀과 도파민 같은 행복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반면 일상적인 ‘부정적인 스트레스’(distress)는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아 교감신경계가 계속 켜져 있고, 부교감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운동은 자발적이고 끝이 있는 활동이라 스트레스 에너지를 소모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운동처럼 긍정적 스트레스는 신체와 마음에 활력을 주고, 활동이 끝나면 부교감신경계가 작동해 안정감을 되찾는다. 반면 부정적 스트레스는 끝없이 이어질 수 있어 신체가 회복할 틈을 주지 않는다. 클라이밍이 기분을 좋게 만든 건 이런 긍정적 스트레스의 특성 덕분이다.
이 경험을 계기로 장기적인 효과도 궁금해졌다. 특히 심박 변동성(Heart Rate Variability, HRV)이 자율신경계 건강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걸 알게 됐다. HRV는 심박 간 간격의 변화를 측정하며,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균형과 유연성을 나타낸다. 클라이밍 같은 운동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가 번갈아 작동하게 해서 HRV를 개선할 수 있다.
HRV가 높을수록 자율신경계가 스트레스에 더 잘 적응하고 빠르게 회복한다. 예를 들어, 운동 중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다가 끝난 후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며 심박수를 낮추고 안정 상태로 돌아간다. 이런 반복은 자율신경계를 유연하게 만들어 만성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운다. 아래 표로 주요 영향을 정리했다.
연구에 따르면, HRV가 높은 사람은 심혈관 건강이 좋고, 감정 조절 능력이 뛰어나며,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한다. 클라이밍을 꾸준히 하면 단순히 기분 전환을 넘어 자율신경계의 유연성과 전반적인 건강을 증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걸 알아가다 보니 우울함이란 무엇인지, 기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결국 인간의 ‘마음’은 뇌와 신체 신호로 만들어진 결과물일까? 그렇다면 기분과 감정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먼 미래에는 SF 영화처럼 감정을 자유롭게 컨트롤하는 기술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도 내가 먼저 긍정적인 기분을 만들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연습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마음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뇌와 자율신경계를 단련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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