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Idea/행복

행복의 cm: 우리가 정의하는 풍요로운 삶

seul chan 2025. 3. 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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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풍요로운 삶에 대한 사유, 소요, 방황 3일차. 2025-03-22

뭔가 매일 거창한 걸 생각하고 글로 남기겠다는 생각을 버리자. 이런 생각이 굴레가 되어 쉽게 생각을 시작하지 못하는 장벽이 되지 못하게 하자. 오늘은 그저 흘러가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어보려 한다.

맥주 한 잔에 담긴 행복

어제 오랜만에 현준이, 그리고 처음 본 다른 친구들과 함께 클라이밍을 하고 술도 마셨다. 현준이와 새벽까지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행복에 대한 많은 대화를 했는데, 이 때 든 재미난 생각이 있어서 한 번 적어본다.

참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왜 행복한지, 그렇지 않을 때는 왜 그런지. 적응(adaptation)이 발생하는지, 왜 발생하는지... 지금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걸 안 할 때는 안 행복했는지. 그랬으면 왜 그때는 그런 것들을 안 했는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때는 행복한지. 그러고 나서 기대한 미래가 찾아오지 않으면 불행한지. 그렇다면 미래를 위해 사는 삶은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아닌 건지...

행복의 10cm

내가 계속 행복의 기준, 어떤 그런 걸 찾으려고 하니까 현준이가 이렇게 말했다.

"이게 10cm인 이유는 10cm라고 정했기 때문이에요. 형이 행복에 대해서 찾는 무언가가 없는 이유는 정해진 게 없어서 아닐까요?"

이 말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행복과 충만한 삶, 마음의 풍요로움의 기준은 모두 각자 마음의 cm와 같다. 이는 정해진 게 없어서 각자 어떻게 정하기 나름이다. 내가 이 풍요로운 삶을 정의하면 그건 풍요로운 삶인 것이다.

결국 '풍요와 행복은 내 마음에 있다' - 이는 만드는 게 아니라, 찾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 이미 있는 것에 행복과 풍요라고 정하는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건 행복인 것이다. 마치 10cm가 10cm라고 정해서 그런 것처럼.

행복의 cm를 찾아서

그렇기에 나의 마음에 풍요로움이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이를 풍요로움의 'cm'라는 어떤 무언가로 부르고 정한 그 순간, 그 과정 자체. 이런 게 마음의 평안과 충만함을 만들어 줄 것이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길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행복을 찾는 궁극적인 방법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이 '궁극적인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이 '상대적이고 개인적인, 추상적인 행복의 cm'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행복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 남에게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이미 그 빛과 가치를 잃어버린다. 마음의 행복과 풍요로운 삶을 쫓는 방법, 이 풍요를 각자의 마음에서 정하는 것 - 이를 표현하는 '말' 자체에 집중한다면, 모순적이거나 구멍투성이인 논리를 쫓는다면 결코 본질을 볼 수 없다. 결국 이 글의 핵심은 '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사유다.

부처님도, 장자도 이런 말을 했다. '공'이든, '도'든, 그걸 말로 표현하는 순간 이미 그게 아니라고. 글과 말은 본질을 표현할 수 없지만, 인간이 전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기에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 사실을 알아야 본질을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만 보게 된다.

결국 모두 각자의 인생과, 각자의 풍요로움의 'cm'와, 각자의 깨달음이 있는 것. 그래서 불교에서는 "우리 안에 부처가 있다, 우리 모두 이미 부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행복과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있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So what?

현준이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이 작은 깨달음이 앞으로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행복의 기준을 외부에서 찾으려 애쓰기보다 내 안에서 정의하고 발견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깨달음을 일상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매일 아침 명상을 하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행복을 멀리 있는 목표나 성취로 정의하는 대신, 지금 마시는 차 한잔의 따뜻함, 길을 걸으며 느끼는 바람,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 등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여보는 것이다.

또한 어떤 경험이 행복한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평가하는 대신, 그저 경험 자체에 몰입해보자. 클라이밍을 할 때 손끝으로 느껴지는 암벽의 질감, 몸을 움직일 때의 감각,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 - 이런 경험들 자체가 행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계획을 세우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미래를 위한 희생'이 아닌 '현재의 충만함'으로 재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10cm가 인간이 정한 단위이듯, 행복도 우리가 정하는 것. 이 단순하면서도 깊은 진리를 일상에서 실천해나가며, 내 마음의 cm로 측정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