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Idea/행복

소요하기 7일차: 행복의 정의에 대해

seul chan 2025. 3. 25. 15:37

오늘 현덕이가 보내준 김주환 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을 봤다. 원래 “내면소통” 책은 알고 있었지만, 자기개발서 느낌이 강해서 읽고 싶지 않았던 터라 교수님 약력 보고 그냥 넘겼었다. 워낙 비슷한 책들이 많아서 또 뻔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

근데 오늘, 뭔가 우울하고 압도당하는 기분에 이것저것 시도하다 영상을 틀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놀랐다. 교수님의 행복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내가 평소 고민하는 것과 비슷했고, 특히 한국의 무한경쟁 사회나 타인을 의식하며 자신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신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행복해지는 것과 그걸 남에게 전하는 건 다른 문제인데, 두 가지를 다 잘하시는 분 같았다.

이를 보면서 드는 의문점이나 가진 다른 생각들을 좀 적어보지만, 기본적으로 위 영상의 핵심에는 아주 깊게 동의한다. 결코 이를 반박하거나 반대하려는 생각에서 적는게 아님.

김주환 교수님은 행복을 ‘가짜 행복’(도파민 분비되는 쾌락)과 ‘진짜 행복’(전전두피질 활성화 상태)으로 나눠서, 진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셨다.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는 활동(용서, 연민, 사랑, 수용, 감사, 존중)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엔 공감한다. 특히 ‘자기수용’(교수님은 자기긍정이라 표현)은 한국인에게 정말 어려운 감정이라, 이를 위해 마음을 계속 수련해야 한다는 말에 깊이 동의한다. 뇌의 신경 스냅스를 활성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맞는 듯.

하지만 행복 정의를 이렇게 나누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나는 도파민 분비되는 쾌락도 행복의 일부라고 본다. 진화학적으로 인간이 쾌락을 쫓는 건 본능이고, 극단적으로 추구했을 때 부작용이 있더라도 그걸 ‘가짜’라고 부를 순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을 때 도파민이 나오면 그게 가짜 행복일까? 뇌의 행복 작용은 너무 복잡해서 두부 자르듯 나눌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교수님이 도파민만 쫓는 걸 경계하려고 ‘가짜 행복’이라 표현한 의도는 이해가 간다. 학술적이라기보다는 대중적인 비유로 보이니까.

또, 전전두피질 활성화가 ‘진짜 행복’이라는 데도 완전히 동의하긴 어렵다. 용서, 연민 같은 감정의 긍정적 영향은 분명하지만, 이게 행복의 전부라고 보긴 힘들다. 뇌에 대해 밝혀진 건 아직 적고, 앞으로 더 알아가야 할 부분이 많다. 이건 행복의 ‘목적’이라기보단 ‘과정’에 가까운 방향성 아닐까? 결국 질문은 다시 “행복이 뭐냐”로 돌아온다.

행복 대신 ‘평안함’을 생각하다

행복의 정의가 뭘까 고민하다가,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좀 내려놓아야겠다고 느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행복’은 자극, 의미, 풍요로움, 즐거움 등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이야기하기 어렵다. 마치 “인생의 모든 적을 피해야 해”라고 하는 것처럼, 뭐든 적이 될 수 있어서 일반화하기엔 의미가 부족하다.

그래서 구체화된 용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주환 교수님이 말한 ‘진짜 행복’은 내가 보기엔 ‘평안함’에 더 가깝다.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richness’(현재를 살며 풍요로움을 느끼는 감정)와 비슷하지 않을까. 이 ‘평안한 행복’이 중요하더라도, ‘진짜’나 ‘가짜’ 같은 표현으로 다른 행복을 무시하는 건 아쉽다. 도파민 쾌락도, 전전두피질의 평온함도, 다 행복의 일부로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소요하면서 이런 생각을 정리해보니, 머리가 복잡했던 불안감이 조금 풀렸다. 행복을 꼭 정의 내려야 할 필요는 없고, 지금 내가 느끼는 대로 적는 게 더 충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