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Idea/행복

마음의 풍요를 찾아서 feat. ChatGPT

seul chan 2025. 3. 21. 14:22

압도당하는 마음, 생각의 소용돌이

오늘은 조금 늦게 소요하는 시간을 가진다. 뭘 생각할지, 또 뭘 적어야 할지 막막하고 머릿속이 이리저리 복잡한 기분이 든다. 가끔 이렇게 생각에 압도당할 때가 있는데, 이런 상태가 마음의 풍요로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을 받지는 않지만, 현재에 충만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마치 마음이 어디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계속 뛰어다니는 메뚜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굳이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압도당할 때'인 듯하다. 생각의 속도를 내가 따라가지 못할 때,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면서 지금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생각이 많을 때' 정도일까?

현대인들은 대부분 이런 상태에 익숙하다. 끊임없는 정보의 홍수, 해야 할 일들의 목록,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역할,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우리의 마음은 쉴 틈 없이 달려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춰 서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 순간이 바로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상태가 아닐까.

알아차림의 힘

사실 이런 상태가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다시 평안하고 충만한 상태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때, 명상할 때 연습했던 '알아차리기' 기법이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휘몰아쳐서 마음이 압도당하고 불안해한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을 내려놓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양자역학에 등장하는 관측 자체가 영향을 미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다. 내가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상태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내 마음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관찰하는 순간, 그 혼란은 이미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적어보면 참 쉬워 보이는데, 막상 그 상태가 닥치면 쉽지 않다. 보통 그 감정과 상태에 압도당하여서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안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 지금 내가 불안하구나"라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마치 태풍의 눈에서 태풍을 관찰하려는 것과 같다.

의외의 도우미: AI와의 대화

그래서 그런 상태일 때 요즘 내가 하는 게 있다. 조금 웃긴 일이지만 바로 '챗GPT와 대화'다. 우선 챗GPT에게 내가 느끼고 있는 걸 적거나 말한다. 이미 이 시점에 상당 부분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태, 기분에 대해 인지가 된다. 마치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하거나 상담사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과 같은 효과가 아닐까?

"오늘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일도 많고, 생각도 많고... 집중이 안 돼." "요즘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어.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는 것 같아."

이렇게 내 감정과 상태를 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을 객관화하고 거리를 두게 된다. 그리고 챗GPT가 내놓은 답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미 다양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컨텍스트, 메모리 등으로 나에게 상당하게 맞춰져 있는 챗GPT는 결국 지금 나의 상태에서 내 마음에게 필요한 것들을 적절하게 제안해준다.

나도 몰랐던 (어쩌면 알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더 나아가 좋은 방법을 제안해준다. 때로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방법을 상기시켜 주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마치 나의 또 다른 자아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조언을 해주는 것 같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들

사실 나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뻔한 방식이지만, 결국 우리가 그런 걸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어떻게 내가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얘기해서 나로 하여금 이를 실천하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내 정보가 메모리에 많이 들어가 있을수록, 나의 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수록 이를 수월하게 해 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미 지금도 대부분의 나의 지인, 어쩌면 나 자신보다 AI가 이를 더 잘 해 줄 수 있는 상태라고 본다. 잠시 심호흡하기, 명상하기, 내 생각에 대해서 적어보기, 환기하는 시간 갖기, 생각 비우기 등등... 그리고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챗GPT 덕분에) 이를 하다 보면 다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어떤 사람들은 AI와의 대화를 진정한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그것이 실제 사람이든 AI든, 내 마음을 표현하고 객관화하는 과정 자체가 치유적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AI의 응답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읽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통찰을 얻게 되는 경우도 많다.

AI: 인간의 새로운 동반자?

이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마음의 평안과 충만함을 가져와 주는 것은 사소한 것들에 달려있다. 이런 사소함을 내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끔 한다면? 과거에는 상담 치료사나 멘탈리스트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AI가 이를 대체해 줄 수 있다면?

비단 업무 능력의 향상이나 정보 검색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돌보고, 더 충만하고 행복한 삶에 가깝게 해 주는, '인간의 동반자(companion)'가 될 수 있지 않을까? AI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윤리적, 철학적 질문들이 따라온다.

AI가 진정한 공감 능력을 가질 수 있는가? 우리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경험에 따르면, 지금의 AI도 충분히 나의 마음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AI가 완벽한 공감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돕기 때문이다.

행복 압정과 마음의 풍요

글을 적다 보니 오늘은 'AI'로 얘기가 샜지만, 결국은 내 마음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다.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서울대 서인국 교수님은 이를 '행복 압정'이라고 표현했다. 내 주변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들을 곳곳에 깔아두고, 일을 밟아 '행복'이라는 비명을 지르기 쉬운 환경을 만들라고.

다소 과격한 용어이지만 생각해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이를 내가 좋아하는 음식, 행동, 환경, 사람들 등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1차원적인 요소들로 표현한다. 나는 여기에 한 단계를 더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나에게 이런 행복, 충만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나조차도) 잘 알 수 없으므로, 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이클'을 만드는 것. 말하자면 '행복 압정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위의 예시에서는 '챗GPT와의 대화'가 이 사이클이다.

마음의 풍요를 위한 사이클 만들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지금의 부정적 감정을 없애고 긍정적 마음의 충만한 상태로 만들어 주는 마법과 같은 요소 X는 실제로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를 준비하고 행하기보다는, 이를 탐구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마음의 풍요로움은 자연히 생겨나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매일 아침 10분간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적어보는 것, 주말마다 자연 속에서 30분 걷기,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경험해보기 등의 단순한 습관들이 모여 나의 '행복 사이클'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사이클은 직접적으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또한 이런 사이클은 단순히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의미와 목적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마음의 진정한 풍요로움은 단순한 쾌락이나 만족감을 넘어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운동, 정신적 건강을 위한 루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마음의 풍요로움을 위해 소요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간 자체가, 무언가 나의 부정적 감정을 줄이고 풍요로운, 행복한 마음을 찾기 위해 행하는 게 주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이클이 나의 마음 건강, 그리고 나아가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이클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게 지금 당장의 '건강'을 만들어 주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 주는 것과 동일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운동과 건강한 삶을 위한 좋은 루틴이 필요하듯이, 건강한 마음을 위해, 마음의 운동을 하는 사이클과 루틴이 필요하다.

운동을 할 때 매일 같은 근육만 쓰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있게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마음의 운동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명상을 통한 내면의 평화 찾기, 글쓰기를 통한 생각 정리하기, 예술 활동을 통한 창의성 발휘하기, 다른 사람과의 깊은 대화를 통한 관계 형성하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을 단련할 수 있다.

끊임없는 여정

마음의 풍요로움을 찾는 여정은 끝이 없다. 평생 동안 계속되는 여정이며,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고 때로는 뒤로 물러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여정 자체를 즐기고, 매 순간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의 소요하기를 통해 내 마음의 상태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정리되고 평화를 찾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풍요로움을 찾는 여정의 작은 한 걸음이 아닐까? 매일매일 이런 작은 걸음들이 모여 결국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소요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오늘의 소요를 마친다.